그 열매… 네가 먹었니?
네. 열매를 먹으면 행복해진다고 해서… 행복해지면 안 되나요?
행복은 안 된다. 사람은 모든 일에 덤덤해야 해.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왜 나쁘죠?
한 번 행복의 맛을 보면… 그 맛을 계속 느끼고 싶어 하니까. 행복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단다. 그러니 애초에 행복을 느끼지 않는 편이 낫지.
하지만 금단이는 그 열매를 먹는단 말예요. 저도 금단이처럼 늘 밝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싶어요.
금단이는 열매를 먹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야. 자기가 원할 때면 언제든 열매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행복했던 것이지. 이제 네가 금단이의 열매를 따먹는 바람에 더는 행복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부러워할 것도 없다. 누구나 먹을 수 있다면 더이상 금단이 만의 열매도 아닌 게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저는 늘 쾌활하게 웃는 금단이가 좋은걸요. 금단이가 저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면, 저도 행복하지 않아요. 가서 사과하고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해야겠어요.
더는 먹지 않겠다고 해도 이제 소용없단다. 아까도 말했잖니, 금단이가 열매를 먹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고. 게다가 너는 오늘따라 행복해 보이는구나.
맞아요. 금단이가 열매 자랑을 어찌나 하던지. 사실… 조금 기분이 좋기도 해요. 저에게 벌을 내리실 건가요?
아니다. 금단이도 더이상 행복하지 않게 되었고, 너의 행복도 곧 사라져 버릴 테니, 모두에게 잘된 일이야. 둘 다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금단이는 너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다른 나무를 심을 게 분명하다. 그 나무에 열매가 열리면 또 혼자 먹으려 들 테지. 너는 또 그 열매를 먹지 못해 불행해 질 테고…
둘 다 행복하지 않은데 왜 잘된 일이라고 하시는 거죠? 둘 다 행복해야 잘된 일 아닌가요?
얘기했잖니, 행복에는 끝이 없다고. 누구 하나 더 큰 행복을 가진 사람이 있을 때, 불행이 생겨나는 것이란다. 그러니 둘 다 똑같이 불행하다면, 둘 다 행복한 것이나 마찬가지.
그렇다면, 불행은 행복한 사람 때문에 생겨난다는 말씀이세요?
불행은… 행복이라는 말에서 생겨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