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완전해질수록 말이 점점 필요 없어짐을 느낀다. 물론 무엇인가에 대해 의욕적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에는 각자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 마음에드는 단어를 선별해가며 긴 문장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말 보다는 몸짓이나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달하고 읽는 일이 많아졌다. 무언가 표현하기도 전에 서로의 생각을 알아채는 정신감응의 신비도 이제 우리에겐 일상이 되어버렸다. 생각을 완전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도 전에 그것을 알아채버리기 일쑤다보니, 단어 하나, 음절 하나 정도로도 의사전달에 불편을 못느낀다. 게다가 요즘엔 새로운 소리에 대한 탐구심마저 높아져, 바깥에서 희안한 소리가 들려오기라도하면 경쟁하듯 그 소리를 흉내내고 서로 낄낄거린다. 만약 누군가가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그 소리들을 문자로 기록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그 노트엔 아마 ‘으읗!’, '흐읍!’, '끄억!’ '뿌-후으!’ '흐어어어-’ '흐-! 으어ㅓㅓㅓ!’ 하는 식의 괴상한 외침들로 가득할 것이다. 정신적 교감의 측면에서 복잡한 말로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 보다 '끄윽끄윽-’ '흐어어엉-’ 하며 소리내는 것이 더 고차원의 의사소통이라면, 그러한 '외침’, '울음’, '지저귐’, '짖음'을 이미 사용하고있는 동물들이 어쩌면 사람들보다 더 완전한 교감을 이루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아가 식물들은 작은 흔들림이나 떨림만으로도 타자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는 최상의 정신감응의 경지에 이르러있는지도 모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