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고적한 사찰에 내가 남긴 발자국.
그 흔적 조차도 그것을 비질하는 이들에게는 번잡함일테지.
강박이라던가 조급함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잊을 수 있겠지만.
그것이 평화라면 죽는것과 다를게 무엇이 있겠어.
숭고함 따위를 운운할 필요도 없겠지.
아버지의 주검을 마주하는 일처럼, 말이 필요없는 일들이겠지.
완전한 하나를 찾는 게 목적이었다면 누군가가 말하듯 속편하게
셋, 둘, 하나! 줄여나가면 될 거 아니겠어.
인식론적 선천주의라던가 하는걸 운운하면서 말이지.
우리에게 낯선 언어를 주고 사랑을 말해보라고 해.
텔레비전 앞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이 되지 않으려고,
촌스럽지 않으려고, 또는 기껏 넘어지지 않으려고,
뜨겁고, 떨리는 것 따위는 모른다고 시치미를 뗀다.
특별히 변명하고 싶지도 않을 때는 있잖아-
역사란 참 가벼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