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을 먹으며, 귤의 세계를 생각한다. 귤은 귤 바깥의 세계를 영위한다. 귤은 귤 내부의 사정을 알 수가 없다. 귤은 나처럼스스로의 내부를 돌보지 않는다. 내가 귤 한쪽 궁둥이에 구멍을 내고,나의 일부를 흘려보내면 그제서야 귤은 상처를 자각하고 나와함께 귤의 내부로 흘러들어간다. 나는 귤의 내부에서 귤의 알갱이가, 알갱이의 수분이, 수분의 입자가 된다. 귤은 나로인해 비로소 귤의 나를 자각하게 되지만, 귤은 귤의 바깥을 잃어버리고 만다. 귤의 내부의 중심의 가운데에서 나는 더 힘을주어 귤의 바깥의 외부의 겉을 향해 뒤집어 깐다. 그러자 귤은 다시 또 나의 입의 목구멍의 위장의 내부의 중심의 안쪽을 향해 손가락을 푹 찔러 넣었다. 나는 귤의 바깥에서 귤의 내부를 외부로 만들어, 그 외부를 나의 내부로 집어넣는 동안 그것이 맛있다고 생각했다. 귤을 다 먹고나서 나는 내 안에 들어앉아 두개의 구멍으로 들이치는 바깥 세계를 구경했다. 나는 내 안에서 다시한번 귤에 대해서 생각했다. 귤은 나에서 시작하여 끝난 지점이었고, 귤에서 시작해서 멈추어야 하는 지점이 나였다. 또한 나의 안쪽의 바깥이 귤이었고, 귤의 내부의 외부가 나였다. 세상은 귤 아니면 나, 나 아니면 귤이었다. 귤의 세상은 나이고, 나의 세상은 귤이었다. 나와 귤을 합치면 전부가 되었고 전부는 이상하게도 안과 겉이 따로 없었다. 귤과 나는 그것을 알고는 하는 수 없이 전부에 걸터앉아 서로를 먹고 또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