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색

행복한 순간들은 마치 빛과 같아서
그것들을 추억하는 일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한무더기의 섬광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매 순간들이 발하는 빛깔들는
서로 간섭하고 투과되어
무엇이 빨강이고 무엇이 파랑인지
분간할 수 없게된다.

빛의 삼원색이 혼합되어
白색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행복의 가산은 더 짙은 행복이 아닌
눈부신 無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

반면 슬픔의 감정들은
묵직한 페인트의 그것처럼
지나는 자리마다 흔적을 남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되어
그자리에 고착되어버린다

그것들은 서로 섞이면 섞일 수록 黑으로
분명 거기에 있으나 보이지 않는 또다른 無로
수렴되어 내부에 가라앉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