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것 없다

덤불을 그렸다
피오르 너머 해지는 풍경을 그렸다
나무를 그리다가 글자를 썼다
어느 나라의 말도 아닌 글자를 썼다
내일은 글자를 쓰다가 나무를 그릴 것이다
누가 날 이리로 데리고 왔지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었던 일처럼 낯익다
있는 그대로 사는 생물처럼
나도 있는 그대로 있어서
있는 그대로 살아갈 뿐
나머지는 그저 중얼거림이다
사람들은 중얼거림으로 죽고 산다

산도 가끔 중얼거린다
눈이 덮이고 눈이 녹고
물이 흐르고 물이 마르고
그러면 돌이 구르고
우르르
산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할 때 나는 소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리는 빗소리에 놀라지 않는 것처럼
산이 깎이는 소리도 별 것 아니고
사람이 살며 내는 소리도 별 것 아니다
사람이 변할 때 내는 소리도 별 것 아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
또한 죽을 때 내는 소리도
사실은 별 것 아니다

소리는 반짝임 같은 것
그러니 사람이 반짝인다고
울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