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6.0mg, 니코틴 0.60mg

왜이리 지겹니?
사는게 말이야- 귀찮다고 말하면 게으르다고 탓할꺼야? 에이 그럼관두고- 내 생각엔 귀찮다 와 재미 없다 라는 말이 뭐 그리 다를 거 없어 보이는데- 음 그럼 '재미없다' 로 하지 뭐 '사는게 왜이리 재미없니?' 라고 말하면 게으르다고 탓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으니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왜그러냐고? 그런가-? 그런지도 모르지- 그럼 어울리는 나이는 언제쯤이야? 그럼 어울리는 그 나이가 되어서 '사는게 왜이리 재미없니?' 라고 하면 그 때엔 또 더 어울리는 나이가 생기는 건 아니고? 아휴 대답 안해도 괜찮아-

적어도 스무살의 봄날은- 남들이 다 그래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꽤나 내게 찬란하고 재미난 것 들로 넘쳐 났던 것 같은데 말이지- 너는 도전해 봤는지 모르겠지만 감히 닭살스럽게 아름답다 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고 말이야- 그 때 내게 새롭고 재미있었던 그 찬란한 것들이 무엇이었냐고? 그게 어떤 사랑- 을 의미한다고 넘겨짚지는 마-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내게 의미있었던 것은 사랑했던 그 대상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몇번씩 울상을 짓다가도 웃어버리곤 하던 내안의 감정의 변화 그 자체였으니까 말야-

그래 그런 변화들이 이제는 좀 지겨운 것 같아서 그런가봐- 시네마 천국에 보면... 봤어? 토토가 살고있는 동네에 있는 유일한 그 극장에서는 매일 똑같은 영화를 상영해도 매일같이 찾아오는 동네 주민들이 있잖아... 근데 봤지? 영화 속 주인공의 말투를 줄줄이 꾀차고 있으면서도 늘 그렇게 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그 사람들의 순박함- 기억나? 그래 뭐 좋은말로 하면 순박함이고 나쁜말로 하면 멍청함 정도가 되겠지- 순박함이든 멍청함이든 간에 요즘엔 그게 좀 부럽기도 해- 이미 상투적인 레파토리가 되어버린 어떤 내안의 감정들에도 한결같이 가슴깊이 감동하거나 행복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야. 설마 그 동네 아저씨가 영화속 같은 장면속에서도 미묘한 어떤 다른 느낌들을 매일같이 발견해 낼 수 있는 그런 기민함을 가진건 아니겠지?

그래 뭐- 재미없어- 라고 불평을 하자면 추천해 줄 수 있는 삶에 재미 요소들은 수십 수백가지 항목들을 나열 해 볼 수 있을꺼야- 그게 일이든, 공부이든, 종교이든, 마약이든- 근데 말야 고백하건데, 내 생각엔 삶의 재미..... 자꾸 재미 재미 해서 어떤 향락적인 것 만 생각 하는 건 아니겠지? 내가 말하는 재미라는 개념엔 깊은 슬픔이나, 고통 따위도 다 포함하고 있는거야- 즐거움은 물론이고 어떤 특정한 감정을 말하는게 아니라 감정의 기복 자체가 재미라는 것이지, 아- 이해하고 있었다면 미안- 응 다시 아까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그 재미는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내게 작용해 온다기 보다는, 내가 내 외부에 있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에 내 존재를 투영해보고 반사되는 그 작용이 더 절대적인 것 같다는 거야....

당연하다고? 그래! 응 그게 당연한데- 그래서 문제라는 것이지, 내 외부에 있는 그 어떤 것이 무엇이든 상관 없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는 거야.
Haben Sie mich verstanden? 개인적으로는 방금 한 얘기가 꽤 절묘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부분에서 이해하지 못했다면 좀 아쉬울꺼야. 큭.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 없어- 다만 점점 더 무료해지기만 해서- 자꾸만 그 외부를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하는 것 같애. 이번엔 좀 큰 변화를 만들어볼 작정이어서 기대가 되긴 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말야. 가까운 사람들은 그 변화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유를 듣고싶어 할지도 모르는데. 물론 그 전에 관심없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겠지만, 진정 그 이유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쉽고 빠르고 적당히 설명해 줄 만한 마땅한 이유가 없어서 걱정이지 뭐니. 마음먹고 설명하자면 위의 절묘한 문장을 적절히 인용하면서 이해하고 싶으면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보시라- 하며 장황하게 설명해야겠지. 큭 왜 그리 심각한 표정이 되어버린거야? 네 삶이 갑자기 즐겁고 행복해 보이더라도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어- 난 이미 너의 행복을 질투할 수도 없는 운명인데다가 아직 세상은 네게 더 유효하니까.

휴우- 담배좀 줄여야겠다?
근데- 이상한건 타르가 내 몸에 축적되어 생명을 단축시키는 시간의 양보다. 어떤 생각들이 분명해 지는 것 때문에 내 생이 단축되고 있다는 느낌이 더 큰것 같지 뭐니-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