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운 지금.

창문 넘어 절대 볕이 들지 않는 구석인데도 이 시간엔 노란 햇볕이 닿는 곳이 있다. 헤드셋 L 라인으로는 심벌주자가 뒷 편 어딘가 에서 또깍 또깍 칭 칙 칭 칙 보사노바 풍으로 반주를 깔아주고 있고, R 라인으로는 백년 쯤 묵은 콘트라베이스가 디 두 두 둥 둥 눈감고 제 자신을 열심히 퉁겨대고 있고, L도 R도 아닌 내 눈과 양쪽 귀 사이의 어디에선가엔 말끔한 기타-플레이어와, 끈적 끈적 섹소폰 연주자가 끈임 없이 멜로디를 지어내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 본 익숙한 멜로디 인데- 대게 연주곡은 제목을 모른다. 몰라도 무관하기도 하고.

소리가- 만져질 듯 분명하게 느껴진다. 그 느낌이라는 것이, 사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충격적이다. 재귀대명사라도 써서 구체적으로 독일적으로 설명해보고도 싶지만, 아직은 무리- 애초에 뭔가 써보려고 메모장을 열어놓은게 잘못이다- 음악조차 만져질듯 분명한데 뭐가 더 필요할지- 아무 생각 없이 아주 조금 무리해서- 그것도 저녁 시간만 할애 해서 어딘가 달려가는 내 모습이, 수년전 내 모습과 많이 닮아 있어서 좋다- 숫자상으로 퇴보일수도 있지만- 기껍게 원했던 퇴행 아닌가-

글쓰는 동안 햇볓이 좀더 지상으로 움직인 것을 발견 한다거나, 코가 간지러워 손을 코 끝에 가져올 때 30분전에 손에 쏟았던 뭔가의 향기를 다시 느낀다거나, 볼드한 원두만 물리게 끓여먹은 탓에 탈이 나서 텅텅 빈 뱃속에 공복감을 느낀다거나, 슬슬 눈이 감길수록 슬슬 졸립기 시작하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껌뻑인다거나,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마음에 든다. 이 모든 것들이 분명히 날 배신할거라 협박한다 해도 비난할 생각은 애초에 없다- 이 순간에 나와 같이 있어주면 그게 전부인거지 뭐.

아유-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