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적 안목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익숙한 링크들을 반복해서 누르고, 거기에 씌여진 무엇인가를 읽기도 하고, 또는 그저 바라보기만 한 채, 가끔은 히죽거리기도 하고, 가끔은 울상을 짓기도 한다. 빈 화면을 스크롤 하고 있으면서도, 내 시선이 그곳에 한참 동안 머물고 있는데도, 아무 이유도 묻지 않는다. 마치 15인치 모니터에 나를 투영해 보아야만 비로소 에고는 발현 될 수 있고, 만족 할 수 있다는 듯 그렇게. 하지만, 겨우 그것으로 부터 시선을 거두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그저 (혹은 고작) 여기 먼 도시, 작은 방, 작은 전등 아래 앉아 있을 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나는 그 누구도 껴안을 수도 없고 해칠 수도 없다. 사실은 그게 전부이다. 별거 없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