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4월 초 발매 된, 따끈따끈한 The Czars와 Beck과 Daftpunk의 신보들을 구입했다. CD를 받아들고 비닐을 벗겨내고- 재킷을 뒤적거리는 기분이 남다르다. 마치 LP판이, 카세트 테잎이 낯설게 느껴지던 어느날 처럼 CD라는 매체에서도 벌써 향수를 느끼고 있다면 과장이 심한걸까. 어쨌든 진심으로 오랫만에 반가운 친구 소식을 듣는것 처럼- 잊고 있었던 아티스트들이라 그랬는지 포장을 뜯는것 만으로도 괜히 너무 흡족했다.
Beck을 듣고있으면- 비플라이와 홍대근처 어느 바- 에서 벡스다크를 기울이다가 공교롭게도 그 순간 흘러나온 Looser- 에 열광하던 그때의 취한 기운이, 거금을 주고 구입한 그라도랩 헤드폰을 테스트 한답시고 귀가 얼얼하도록 듣던 Peaches & Cream이 생각나기도 한다.
Czars를 듣고 있으면- 2년 전 이맘 때, 차가운 스탠드 불빛과, 책상 위에 붙어있던 작은 스티커, 연필깎기, 마우스패드의 촉감 따위가 떠오른다. 그리고 엣지씨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나긋나긋 하면서도 애틋했던 Killjoy, 그리고 듣고 있으면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던 Drug이 생각난다.
Daftpunk를 듣고있으면- 오랫만에 디디를 만났던 오래전 그날- 지하철역 까지 디디의 차안에서 처음 들었던 Digital Love가, 메트로에 처음 씨디플레이어와 덩치 큰 스피커를 달았던 어느 날- 강변북로를 달리면서 들었던 Something About Us가 떠오르기도 한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일까? 내 감성이 변한걸까, 아니면 그들의 감성이 변한 탓일까. 신보를 구입했으면서도 자꾸만 예전 앨범의 트랙들을 뒤적거려 다시 듣고있는 걸 보면, Beck도 Czars도 Daftpunk도 나를 오래전 그날 그때의 감정들로 돌려놓지는 못하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daftpunk의 Robot Rock은 눈을 잔뜩 찡그리게 만들만큼 멋지고. Beck의 Que Onda Guero에는 더스트브라더스의 비트가 감칠맛 나게 녹아있고. Czars의 존 그랜트의 목소리는 여전히 애틋하다. (y) 조만간 홍대에 나가봐야 할까봐-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