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줄리아 크리스테바에 대한 글을 읽었다. 그녀와 관련된 책과 블로그들을 검색해보다가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에 관한 그림들을 찾아보았다. 오후에는 월요일이라서 텅 빈 헤이리를 조금 산책 했다. 그리고 잠깐씩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며 시시각각 변하는 경치들을 감상했다. 그리고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줄곳 왜 아무것도 표현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다.
사실 헤이리로 이사를 온 이후, 읽고 쓰고 생각하고 무엇인가 생산해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잘 기능하고있지는 않고 있다. 그런 것들이 완벽한 리듬을 가지고 작동했던 적이 있기는 한가-하고 자문해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지난 날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감상하고 생각하는 일들은 지속적이라기 보다는 짧게 집중적으로 각기 다른 날들 행해졌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주로 그보다 더 긴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행해졌다. 어떤 날엔 여러 가지의 것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와 그것들을 정리하기에 바빴고 어떤 기간 동안에는 표현되어지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능동적인 행동들임에도 수동형 문장으로 묘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나는 아직도 무언가 다가오기를,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표현에 대한 불만은 늘 있었다. 지난 날들을 흘긋 뒤돌아보고는 왜 지금은 잘 안되는가 하고 불평하는, 거의 습관에 가까운 조급증. 지난 날 이루어졌던 창작의 결과물들을 한꺼번에 포개어 생각해보면 모든 창작과정들이 아름다운 리듬을 가지고 착착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그런 착시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요즘 읽고 있는 헤세의 유리알 유희 탓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오늘은 봄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