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이스

십오년만에 와 보았다.

서촌 파파이스를 지날 때마다 나는 ‘파파이스는 파파이스가 아니라, 팝! 아이스지. 팝! 아이스!’ 하며- 속으로 발음해보곤 했었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맛있다는 의미로 지었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프렌치커넥션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형사 ‘지미 팝아이 도일’ 이름에서 따 온 것이라한다. (그 형사의 눈이 유난히 튀어나와있었던 걸까?)

하여간 그래, 감자튀김은 역시 파파이스지. 하며 매콤한 맛을 음미하고 있자니, 십오년전 단짝친구 둘과 신촌 파파이스에서 히히덕거리던 생각이 났다. 프루스트식으로, 케이준 후렌치 후라이를 한 입 깨무는 순간으로부터 과거의 그 장소로 스윽 돌아가 하나하나 섬세하게 기억해 낼 열의는 없었고, 그냥 한 번 그 ‘단짝’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을 뿐이다. 또한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무슨무슨 순례를 떠난 해’ 처럼 오랜 친구들의 면면과, 우정, 다툼과 헤어짐, 그리고 해후-에 대해 차분히 되새겨볼 기력또한 없어 그저 파편적인 기억들 뿐이었다.

어느날 우리는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한 녀석은 십년 후 영화감독이 되어있을 것이라 했고 그것이 잘 안되면 아마 아버지 가업을 이어 비디오가게나 하고있을거라며 꺼억꺼억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다. (비디오가게라니!) 또 다른 친구는 뉴욕에서 패션디자이너가 되어있을거라며 마치 지금 맨하탄 마천루를 올려다보고있는 것처럼 먼 하늘을 지긋이 바라보며 이야기했었다. (패션 디자이너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이 친구는 얼마 전까지 맨하탄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나만의 작은 방과 램프, 아주 편안한 소파를 갖는 것이 꿈이라 말했었다. 노장철학서를 읽던 시절이어서인지, 무위의 허세를 부렸던가보다. 그래, 아주 편안한 소파를 장만해야겠다.

어찌되었건 지금은 다들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닿지 않는다기보다는 서로 닿을 수 있는 면적이 줄어들었달까. 아니면 그냥 서로 맞딱드리기 싫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말 핑계로 연락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형식적인 말들만 오고가게 될 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잘 지내고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