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토로 무나씨 좌상을 만들어본다. 초등학교 미술시간 공룡만들기 이후로, 프라모델 조립 이후로, ‘만들기'의 즐거움을 이토록 실감나게 느껴보는 것이 처음이다. 자극과 용기를 심어준 그녀에게 감사. 무나씨 그림을 그릴 때에도 줄곧 머릿속에는 입체적 이미지가 맴돌곤 했었는데, 그 중 하나의 시점만 포착해내는 것이 갑갑한 일이었다는 것을 만들다보니 새삼 느끼게 된다. 공룡을 만들때와는 다르게, 모델도 필요 없고 원래의 이데아랄 것도 없이, 그저 내 안에 있던 형상들을 꺼내어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황홀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또한 전면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흑과 백에서 모색하던 깊이와는 차원이 다르게, 서로 다른 시점에 따라, 빛의 각도에 따라 수없이 다른 차원을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마음이 설렌다. 아직은 이것이 무엇이다랄 것도 없는 습작단계일 뿐이지만,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기르면 좀 더 무나씨다운 입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