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1, 2017

비가 바람에 떠밀려 창문을 두드린다.
무사히 추락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욕심은 없었다는 듯
창문을 두드려 내 평온을 깨뜨릴 의도는 없었다는 듯
저들끼리 무리 지어 창틀 아래로 도망치기 바쁘다. 

바람이 창문을 잡아당긴다
손잡이를 돌릴 수 없다면 통째로 떼어가기라도 하려는 듯
창문 주변을 맴돌며 저들끼리 위우- 위우- 웅성거린다
자신의 힘으로 할퀴지 못할 감춰진 무언가가
창문 안에서 노려보고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가 없는 것처럼
너무 크고 무딘 자신의 발톱을 한탄하며 떠나간다.

창밖엔 가로등 불 몇 개가 폭풍의 그림자를 비추고 서 있다
기대어 얌전히 흘러내릴 기둥을 찾지 못한 빗방울들이
멈출 줄 모르는 이 성난 괴물의 긴 털을 따라 춤추듯 나부낀다
두려움 없이 서 있는 저 가로등이 없었더라면
나는 이 괴물의 발끝도 보지못한 채 두려움에 떨었으리라
보지 못하는 것 보다 두려운 것은 없으리라

땅에 묶여 도망칠 수 없는 나무들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가지를 제멋대로 움직이고
기억을 잃어버린 노인처럼 고개를 덜덜 떤다
잃어버린 것을 찾는 것처럼 어딘가를 가리킨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모든 방향을 가리킨다.

오늘 나는 경계가 없는 두 사람을 그렸다
경계가 없어서 둘이 하나인 듯 보이는 그림을 그렸다
둘이 하나있듯 지내다가 하나와 하나가 된 우리를 생각했다
우리는 늘 경계를 지우기에만 골몰했다
웃기게 생긴 끌로 경계를 벗겨내거나
낙천적인 손톱으로 그 경계를 잡아 뜯었다
경계와 가장 거리가 먼 색을 덕지덕지 발라버렸다
둘이었다가 하나가 된 우리의 경계는 그래서
얼얼하고 화끈거리고 간지러운가보다

내일은 김치를 담궈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