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20년 뒤을 바라보고 사는 물건이 점점 늘어난다. 혼자 살때는 당장 일년 뒤를 생각하는 것도 장담못할 일들 투성이었는데, 넉넉하게 미래를 계획하는 기분이 좋다. 내 존재가, 나의 수명이 일년이고 십년이고 상상하는 만큼 연장되는 기분이랄까.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매하고 십년 뒤에도 낡은 상자에서 꺼내어 불을 밝히는 상상을 해보았다. 그렇게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를 잇는 연속성 있는 삶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고 포근해지는 것만 같다. 그런 걸 보면, 불안이란 어쩌면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 혹은 근 미래의 나와 연속성을 갖고 이어붙일 여력이 없는 데에서 기원하는 것은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연속적이고 항상성을 가진, 성실한 삶을 꿈꾼다. 아무튼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만하고, 점등식을 가진 날을 기념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