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29, 2023

서울미술관에서 석파정으로 올라가는 길에 직박구리 한 마리가 가만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낮잠을 자듯 눈만 끔뻑거리고 앉아있다. 화란과 나는 의아하여 유리문에 부딪쳐 떨어진 거니? 추워서 그래? 하며 쓰다듬고 작은 몸을 다독였다. 어디가 안 좋은가 싶어 두 손으로 감싸 안았는데, 가벼운 솜뭉치를 들어 올리는 것처럼 가볍기만 하다. 조금 따뜻한 양지로 옮겨다 놓고 물을 떠다 주려고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이내 숨을 거두었다. 이게 무슨일이람. 화란과 나는 망연자실한 기분이 되어 직박구리를 다시 조용한 풀숲으로 옮겨주고는 나뭇잎으로 몸을 덮어주었다. 이렇게나 죽음이 가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