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박한샘 작가의 추천으로 국립극장 계정을 팔로잉하고 있다가 겨우 표를 구해서 볼 수 있었던 <묵향> 공연. 작업으로 바빠 하루만 놀아도 죄스러운 기분이 드는 요즘인데도, 이 공연만큼은 시간을 쪼개서라도 보고싶었다. 이미 스틸컷 이미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설레는 기분. 국립극장도 처음이었고 한국무용 공연도, 현대무용 공연도 오랜만이어서 더욱 신이 났다. 그런 마음이 무색하게도, 나는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도록, 형형색색 꽃을 형상화 한 것인지, 나비를 형상화 한 것인지, 내가 꽃인지 나비인지, 무대위에 빨갛고 노오랑 점들이 뭉쳤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그야말로 꿈처럼 달콤한 환상적인 무대였달까. 대나무를 그려낸 무대에서 겨우 졸음을 물리쳐냈다. 아마도 여성 무용수들의 손짓 발짓을 따라가다보니 무엇엔가 홀린 듯 잠에 취해버린 것 같다. 무용수들의 현란하고 절제된 동작도 황홀했지만, 재해석된 민요와 다양한 전통악기의 연주들이 압권이었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것이, 무대 위에 인물의 배치였다. 대칭되는 장면이 거의 없고, 여기에 셋, 저기에 다섯, 그리고 하나, 하나- 하는 식으로, 마치 산수화를 처음 배울 때 돌무더기를 배치하는 것처럼 화면이 예쁘게 구성되어 있었다. 마지막 인사 할 때조차, 치밀하게 신경 쓴 듯하여 입꼬리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년애도 내후년에도 다시 보고싶은 공연! 다음엔 졸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