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9, 2023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남산도서관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서예를 배운다. 수강생이 스무 명 남짓인데 그중 제일 산만한게 나-일 정도로 수업 분위기가 좋다. 대학 졸업하고서야 비로소 서예의 중요성을 알고 인사동 골목골목 서예 선생님을 찾아다녔지만, 불안정한 생활과 끈기 부족으로 늘 배움을 포기했더랬다. 아내가 서예를 꾸준히 써왔기도 하고 또 주변에 훌륭한 서예 선생님이 계시지만, 또 포기하고 말 것이 두려워 우물쭈물 시작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 도서관 서예 프로그램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 시작하게되었다.

어렸을 때는 서예를 잘 배워서 그림과 어울리는 화제를 슥슥 써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붓을 운용하는 묘미나 한문을 익히는 과정을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남들에게 보여주고 생색낼 생각만 했던 것. 나이를 먹다 보니, 그런 것보다 아주 느리더라도 단 하나의 작은 깨달음이라도 확실하게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욕심나는 것들에 대해 이제라도 좀 더 느긋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무언가를 배움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관계에 있어서도, 인생을 대할 때에도, 태도의 전환이 중요한 것 같다. 완벽한 결과에 대한 환상을 쫒기보다, 매일 조금씩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지반을 다지는 것에 집중할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것. 그런 태도- 를 갖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