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5, 2023

수면다원검사라는 걸 받았다. 최근 몇 개월 부쩍 코골이가 심해져, 이제는 아내의 잠을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낮동안 아무리 아내를 기쁘게 해도 밤에는 본의아니게 원수가 되어버리니, 무슨 수라도 써야 할 판이다. 나는 나대로 깨어있는 동안 늘 졸음이 쏟아져서 종이 위에 선을 긋다가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니 큰일이라면 큰일이다.

저녁 8시, 종합 병원 1인실로 안내되어 앉아있으니 의사가 들어와 한 시간 동안 코골이의 위험성에 대해, 검사의 목적과 가능한 치료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한 십여 분 정도는 의학적인 이야기를 했고 나머지는 지독하게 의사 말을 듣지 않는 아저씨들에게 쌓인 불만을 털어놓고 훈계하는 데에 할애했다. 나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거니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그의 말을 경청했다. 듣고 보니,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일에 왜 이토록 소홀히 해왔는지- 이제라도 찾아오길 참 잘했구나 싶었다. 하여간,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자는 동안 코골이로 인한 저호흡 (심해질 경우 무호흡) 시간이 길어지먼 잠을 깊이 못 잘뿐더러 뇌에 산소 공급이 줄어들고 기억력 감퇴와 치매, 그로 인한 각종 심장질환의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그러니 수술을 통해서건 기계장치의 도움을 받건, 개선하는 것이 무조건 맞다.

생각해 보면 인생의 삼분의 일 정도는 무의식이 잠자는 행위를 통해 -활동아닌- 활동을 하는데, 내가 낮 동안의 의식적인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밤동안의 무의식의 잠을 위해서는 너무 무심했구나 싶었다. 어릴 적에도 밤은 소중히 여겼지만 잠은 가능하면 자고 싶지 않았더랬다. 고집스럽게 밤을 새고 아침밥을 먹고나서야 기절하듯 골아떨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제라도 밤과 낮의 조화, 의식과 무의식의 균형을 맞춰보려는 시도를 하게되었으니 참 다행이다. 치료 과정의 고통이나 불편함보다는, 이제 나의 무의식이 경계 없이 우주와 교감하는 일에 더 이상 아무런 방해없이 자유롭게 연결되고 떠다닐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어쩐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