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고 잇기

다시금 홈페이지를 열고 오래전의 글들을 정리한다. 다시 들춰보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도 이제 빛이 바래어 제법 아취가 있다. 이십 대 초반의 푸릇한 마음에서 시작되어 삼십 대 초반에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나다가 마흔이 되어가며 여러 좌절과 위기를 맛보는, 그리고 결국 결혼에 골인하여 해필리 에버 애프터- 식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글을 읽으며 부끄러움을 느꼈다가, 감탄을 하기도 하고 또 눈살을 조금 찌푸리기도 했다. 참 열심히도 살았다. 왜 진즉 이런 계기를 갖지 못했을까. 다 사정이 있었고, 지금에서야 지난 과거를 조망할 수 있는 운명이었겠지만, 조금 더 일찍 나의 현재와 과거를 엮어 잇는 작업을 시작하였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현재의 내 모습에 어떤 과거의 그림자가 투영되어 있는 것인지, 어떤 과거의 찬란함이 남아 있는 것인지 더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나라는 단단한 토대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