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4, 2025

뉴욕에 도착한 지 일주일. 레지던시가 시작하기 전 일주일 정도는 런던에서처럼 이곳저곳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런던에서는 아내가 탈이 나더니 여기에서는 내가 탈이 났다. 관광객의 마음으로 도시를 돌아다니면 뭐 하나라도 더 봐야 하고 또 이왕이면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좋은 것을 많이 보긴 해도 금세 지치고 만다. 이곳에서의 하루가 얼마짜리 하루인지를 계산하다 보니 잠시 멍하니 쉬는 시간마저도 아깝게 느껴지는가보다. 아무튼 어제부터 이곳에서의 아티스트인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관광객의 생활을 끝내고 다시 생활인의 루틴으로 돌아왔다. 일부러 마음을 고쳐먹은 것도 아닌데, 무언가 보러 가야겠다는 욕구도 사라지고, 아침 일곱시에 요가를 하고 낮 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작업을 하다가 함께 저녁을 먹고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로 다시 돌아왔다. 며칠 전 윌리암스버그의 작은 상점들을 둘러보다가, 맥널리존슨 서점에 가서 문득 집어 든 틱낫한 스님의 책의 한 페이지를 아내와 같이 읽었는데 그 중 한 구절이 생각났다. 무언가 쫓는 일은 너를 불행하게 한다. 그러니 쫓는 일을 멈추라, 그러면 행복을 느낄 것이다. ‘에이, 그러면 뭐 아무것도 이룰 것도 없겠지-’ 하며 그때는 그 말이 시시해서 입을 비죽거렸었는데,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