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 / Our mind rippled and sparkled> 전시에 부치는 글

외로운 나의 마음은 흐르지 못하고 내 안에 고립된 채 가라앉아 즙처럼 검은 빛을 띄고 있습니다. 검지만 맑고 투명한 마음의 표면에 고독한 나는 작은 파문을 만들어보고 그에 일그러지는 나를 비추어 보곤 했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당신과의 관계가 시작되자, 기분이 한쪽으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막혀있던 둑이 터지듯 툭 하고 흘러넘쳐 나의 기분의 일부가 당신에게로 흐르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가까워지며 그 기분의 흐름은 더 큰 지류를 형성하고 우리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이제 멈추어 가둘 수 없는 하나의 강이 되어 당신을 향해 흐르게 됩니다. 당신의 마음에 가닿은 나의 기분은 당신 마음의 토양을 적시기 시작하고, 점점 모여 당신의 내부에 작은 감정의 저수지를 이루게 됩니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마음속에 상방으로부터 기원한 감정의 담수를 갖게 됩니다. 내 안에 고인 당신의 감정들은 그대로 멈추어 있는 것 같지만 기이하게도 당신의 기분에 동조되어 움직입니다. 때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양의 무시무시한 파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높이 솟아올랐다가 떨어지며 시원한 분수를 뿜어내기도 합니다.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펄펄 끓어 넘쳐 나의 감정을 데이게도 하고, 차갑게 얼어붙어 뿜어내는 냉기로 모두를 서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나의 마음속에서 기원하지 않은, 예기치 못한 이 기분의 출렁임이 평온한 나를 흔들어 당황케 하기도 하고, 차갑게 얼어붙은 나의 감정을 당신의 뜨거운 마음에 동조된 기분이 녹여주기도 합니다. 우리는 떨어져 있으면서도 각자가 서로의 마음에 어떤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서로의 화를 조장하기도 하고 또 서로의 기쁨을 돋우기도 합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 나와 당신의 기분의 일부가 이토록 서로 동조될 수 있는지 증명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늘 어떤 식으로든 늘 연결되어 있으며, 당신으로 인해 나의 마음이 비로소 흐르고 맑게 희석되어 찰랑찰랑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