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만든 관성

우리는 한참을
굳게 맞잡은 손으로 서로를 의지한채
흔들림없이 공전하며 멋진 춤을 추었던것 같아.

알수없는 곳에서 내려앉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빛 때문에 내 시야에 다른 모든것은 어둡게 가라앉았고
오직 너만의 선명한 음영과 틀림없는 움직임들로 가득했어.

곧잘 서로의 발을 밟기도 했지만
점점 우리의 호흡이 만드는 리듬을 알게되었고.
눈을 감고도 너의 움직임을 그려볼 수 있었어

그러다 어느날,
밀고 당기며, 방향과 속도를 유지하며 나를 잡아주던
너의 손끝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느꼈었어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그 느낌 그 순간을 놓치고싶지 않아서
그렇게 한참, 등이 흠뻑 젖을만큼 오래도록 춤을 추었지..

힘들었는지 한순간 비틀거리는 너를보며
불안한 마음에 놓치않으려 손을 꽉 붙잡으려 했어...

그런데..순간, 너무도 허망하게 너의 손을 놓쳐버렸고
서로가 만든 관성에 의해
그렇게 빠르게 반대편 어둠속으로 너와 나를 던져버리게 된거야........

한참을 그렇게 스스로 역행할수 없는 힘에 의해
차갑고 어두운 곳으로 던져졌고,

서로를 밀어냈던 그 힘조차 남아있지 않게될 때쯤
어디로 얼마만큼 왔는지도 모를 이곳에 멈추게 되었어..

몇일이 지난걸까..어둠속에서,
난 온전히 그대로인 것을 확인했으면서도
어디 한 군데 잘려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허전하고, 시린 그 단면을 더듬거리고 있었어.

너는 어디쯤에 있는걸까...
정확히 반대편에 있는걸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차갑게 얼어붙은 그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어.

비틀거리면서도
난 자꾸만 엎드려 바닥을 만져 봐야했어
미끌어지면서 내가 흘린 핏자국을 확인해야 했거든
정확히 처음 그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말이야..
다행히 흔적은 선명했고 추억처럼 따뜻했어...

그렇게 걷고있다가도..

갑자기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을때면
정신이 번쩍 돌아오면서 이런 의심을 하게되었어..

과연 다시 처음 손을 잡고 춤을추었던 그곳에 가면
다시 만나게 될까? 그아이는 어디쯤에 쓰러져있는걸까
나 처럼 다시 돌아오기 위해 지나온 흔적들을 찾고있을까..

아니면 더 깊고 어두운 반대편을 향해 걷고있을까...
하고 말야...

얼마나 더..
이렇게 흘러가야 할까...
몸은 점점 차갑게 얼어붙고..
눈이 시려서 잘 보이지 않으며,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흔적은 희미해져만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