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었는지도 모를만큼 시간이 빠르게 느껴져.
마치 떨어지듯.
그렇게 보통 말하는 마지막날에 가까워질수록
공기는 더 차갑고, 주변의 풍경들도 빠르게
뭉게져 버리는것 같네...
나는 변해야해....
노력하고있는데 그게 잘 되질 않아.....
살다보면 꼭 그렇게 변해야만 하는 일도 있나봐.
술에 잔뜩 취해서 웃고 떠들고 춤추고나면...
집에가는 길엔 구역질이라도 해서
안에있는것들 싹 비워내야 속이 편해지는 것처럼...
그런데 쉽지않은건.
내가 가진건.
단색의 짧고 뭉툭한 크레파스 한조각뿐이라서...
향이 온방을 진동시킬 만큼 덕지덕지 칠하고
빈틈 없이 다른 색으로 메꾸어 놓아도..
종이에 깊이 스며든 처음의 잉크빛은
변함없이 남아있거든.....
마르고 딱딱한 크레파스 보다는..
맑고 습한 수성의 잉크가 있었으면 좋겠어..
노랗고 빨갛게 물든 그 색이 너무 너무 거슬려..
다시 흰 새종이를 구할수 없다면 차라리 검은색으로
온통 물들이는 것도 괜찮을지 몰라...
볼펜을 버렸구나...
명이 다해버린 볼펜...
그래.. 더이상 의미를 찾을수 없다면
수고스럽게 잉크를 새로 채우는 것보다는
쓰레기통속에 넣어버리는게 현명한 것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