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상념

이런 기분 느껴본 적 있어?
어느 날, 어느 순간, 아주 오래 전에 낯익은 어떤 노트에 모스 부호를 두드리듯 무심코 떨어뜨린 상념들이 문득 생각이 난 거야. 별것 아닌 것 같은 그 메모를 찾고 싶어서 방 여기저기 흩어지고 쌓여있고 끼워져 있는 비슷하게 닳아있는 비슷한 색의 노트들을 뒤적여 보지만 아무 곳에서도 찾을 수 없을 때 느끼는 그런 그리움 말야-. 어쩌면 이 일련의 행동의 단초는 그 메모 속에 있다기 보다는 메모를 찾아 책상 한 켠에 노트를 두두둑 쌓아두고 한 권씩 정신 없이 넘겨보는 그 행위 속에 있는지도 모르겠어. 좀 더 솔직해 져보면 이런 행위는, 어떤 삶의 중요한 단서는 지금 내 옆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공책 속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다고 여기는 병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 보기도 해. '결단코없어' 라는 병 말이지. 꽤 오래된 병인데. 증상은 이런 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또 다른 노트 한 켠에 적어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