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는 만족할수 있을만큼 차가왔고 약간의 오한 조차도 어지러울 정도의 황홀함으로 느껴졌다. 날개는 튼튼했고 내가 긋는 궤적은 우아하기 그지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어떤 순간엔 날개짓을 멈추고도 몇분씩 고도를 유지하며 날 수도 있었는데- 그 순간 만큼은 진정 '인간 개체는 독립적이어야 하며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유기된 채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라는 생각이 정말 맞는지도 모른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끔찍한 추락은 꼭 그 순간에만 일어난다. 늘 그런 황홀한 순간에 끔찍히 현실적인 중력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형편없는 몰골로 늙고 연약한 지축 어딘가 를 향해 정면으로 꼴아 박곤 하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이 부자연스러운 상봉이 매일 그렇게 반복된다.
나는,
착한 아들로서의 의무와 이미지를 끊임없이 배반하고 살해하고 도망치도록 고안되었는데 왜 자꾸만 끔찍히도 지긋지긋한 이 지상위에, 아버지라는 이름의 후덥지근한 현실 위에, 어머니 라는 이름의 끈적끈적한 모성 위에, 떨어져 붙잡히고 날개마저 빼앗긴 채 일방적으로 베풀어 졌다는 그 은혜라는 이름의 돌무더기를 어께 위에 잔뜩 쌓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왜 그렇게 방목하였느냐고, 왜 그렇게 끌어안느냐고, 이 모든 모순의 총체를 무엇하러 고안했느냐고,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지만. 발설 할 수 없는 것 조차-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