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된 세계, 허가된 인간

의도의 진실성, 순수한 동기 그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아무 것도 없어- 내게. 불면이나 두통, 우울이나 슬픔 따위로 그 것을 측정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간편할까? 검열을 앞두고 흔한 열정이나 광기를 준비하지 못해서 두려움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어렴풋 깨달았어 애초부터 진실이라던가 순수라는 것들에 확고한 결정이나 목표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언제나, 의미있고 위대한 소망들로부터 현실적이고 건강한 목표들에 까지- 내딛는 한 발자국 마다 그 아래로 끝 없는 심연을 감지하고 비틀거렸지. 단 번만이라도 내 딛는 다음 발걸음에 단단한 지반을 느낄 수 있다면- 지상으로 잡아 당기는 천진한 중력과 그로인한 피로를 느낄 수 있다면 좋겠어. 왜 아직도 나는 허공 위로 팔을 내 젓고, 추락이 예고된 길로만 자꾸 다가가고 있을까- 뜨겁고 재빠르며, 순진한 동시에 난폭하기도 한 감성들로부터 아직, 모든 것이 허용 되는 동시에 모든 것이 부도덕한 그 세계로부터도 아직, 버려지지 않았나봐.

그 모든 것이 헛 소리이며 헛 수고 일지라도-
스스로 죽거나 죽지 않고, 죽이거나 죽이지 않고 도달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