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웃겨

어떤 재미있는 사람이 있다고 할 때, 그에게서 고작 '웃기는 이야기' 를 기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좀 더 흥미로운 사람은, 볼펜 하나를 사는 데도, 필통 속의 연필과, 지우개와, 샤프와 색을 맞추기 위해 쓸데 없이 고심하는 별난 편집증을 가진 사람이라던가, 영화를 고를 때 무조건 영화 제목이나 포스터의 퀄리티만 가지고 판가름 하는 별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괴로워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얼마나 슬픈 연기에 재능이 있는가를 묻고있는 괴짜라던가, 즉석에서 몇 분 동안이나 무엇인가에 대해 박식하게 설명해놓고도 결국 거짓말이었다고 유유히 털어놓는 그런 사람들인 것이다. 사기꾼 내지는 변태, 혹은 몽상가나 편집증환자, 나르시스트나 돈키호테- 그런 사람들이 내겐 좀. 더. 흥미롭다. 그러고 보면, 변태도, 사기꾼도, 몽상가도, 환자도, 시인도 아닌 나는 재미난 농담도 하나 모르는 참 따분한 사람이지 않은가 싶다. 아마도, 스스로를 위해서 만큼은 부지런하다가도, 누군가를 위해서는 한 없이 게으-른 그 태도가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고로, 누군가를 웃기는 재미난 그들이야말로 진정 이타적, 헌신적인 사람들인 것.(이란 말인가?) 허읍. 나도 witzig 한 사람이고 싶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