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day for a sulk

매번 언젠가 와본 듯한 낯익은 길목을 지나치고 있는 기분.
모든 것이 결국 꼭 같은 레파토리로 진행된다.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라는 말은 결국 가정일 뿐이지.

불규칙한 어떤 것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쪽이
더 인간을 안심하게 만들지만.
반면 자기 자신의 삶이 일정한 궤도의 끊임없는
반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지같다.
니힐리즘에 투신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울것 같다고
괜히- 생각해본다.지나온 궤적을 슬쩍 살펴보고 하나의 그럴듯한
패턴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영악한 경우 그 패턴은 그때그때 그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분석되고 재조합되어 고안된다.

때로는 비극을 위해 슥슥 적당한 플롯을 마련하고
그럴듯한 슬픈 증거들을 끄집어내어 비련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휴머니스트가, 때로는 로맨티스트가,
때로는 니힐리스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으로,
그런 영악한 계책들이 모두 내 머릿속에서 짜내어 졌다고 믿기는 힘들다.
혹은 실지로 그렇다고 믿더라도 나 스스로에게 조차 모르는 척 되내인다.
What the hell is going on?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라고 외치던
전혜린씨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는 않다.
'항상 변한다는 그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라는 금언은 누구의 것 이었더라?

진부하더라도 무슨말이든 적어봐야지 싶었으므로
무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