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말은 참 속편한 생각이야.
그건 꼭 정확히 아무 것도 책임지기 싫다는 이야기랑 같은 얘기거든.
가만보면 그 무엇이든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그 무엇도 한가지로 결정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하고 있긴 해. 그 무엇도 정해진 것 없다, 세상을 규정하려 하지 말아라- 라고 말하면 마치 세상의 모든 각박한 것들 로부터 초월 해 있기라도 한것처럼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나...그래서 일련의 나-를 관찰 해 보건데 어느날 문득 만난 니체 식의 허무주의가 촉매가 되어 위버멘쉬니 뭐니 하는 말에 홀려 풍덩- 하고 온몸을 투신하기게 된 것이지.왠지 좀 유별나보이지 않느냐? 라는 치기어린 정열에 불타 아무것도 결정 된 것 없는 그 영역으로 내 등을 슉- 떠밀어 버리고 의뭉스러운 두리와, 우유부단한 뭉실이가 만나서 두리뭉실 이라고 이름붙이면 딱 좋을 인격을 형성하게 된 사연인거야. 그런데 왠걸?이 세상엔 결정 할 것이 너무도 많고 일분- 일초 내에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고작 듣는 소리가. 아이쿠 욘석 일 빨리빨리 잘하는구나-
그래, 디자이너로 한번 뭔가 일취하고 월장해보자고 마음먹었으면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이윤이많이 남는- 쪽으로 머리를 잘잘 굴려서 결정도 잘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보자. 라고 결론을 내려버릴까 싶지만.당장 내 옆자리의 디자이너에게 '난 그래서 이 색깔이 좋아' 라고 말하면서도- '그래서' 를 설명하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떠올리고 꾸며내는 것이 너무 억지스럽게 느껴지고, 오늘 당장 그녀에게- 그에게- 무엇이 더 좋다고, 무엇이 더 싫다고 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는걸.어쩌겠어, 다 골랐니? 네가 고른게 그거니? 사실 난 3이든 4이든 상관 없이 니가 좋다면 나도 좋아. 좀 시원하게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