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이 벌서부터 매미소리 천지입니다.
조금 전까지 나랑 같이 새벽의 오붓함을 나누던
귀뚜라미는 이 소란함이 싫어 일찍 잠들었나봅니다.
혹은, 같이 울어주는 짝이 없어 겸연쩍었는지도 몰라요.
그랬나요? 입추라더니 귀뚜라미가 때맞춰 잘도 나타났군요.
낮동안은 뭔가 치밀어오르는 짜증때문에
아무일 아니라는 듯 베게속에 머리를 파묻고 있었는데,
새벽에 깨어나 시간을 보내고나니 마음이 진정되더군요.
새벽은 저에게 마치 거대한 괴물로부터 잠시 몸을 피해
숨을 고를 수 있는 피난처와 같다고 할까요,
새벽은 저에게 참 안전합니다.
뭔가 일이 잘 되지 않는겁니까?
아아, 아닙니다 아무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기분 느껴본적 있나요,
대낮의 햇볕아래를 활보하는 인간으로서
저 자신의 그림자를 거느릴 수 있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감 같은것 말입니다.
글쎄요. 당신은 그렇게 까지 생각하나요? 참 별종이군요.
아. 그게, 그러니까. 저는 새벽이 좋아요.
날이 밝는다는건, 그러니까. 그것을 목격하는 일은
저에게 매우 서운한 일이에요. 아- 그러니까,
새벽 시간의 그 분방한 기분이 사그러들면
또 뭔가에 쫒기는 마음이 되어버리고...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