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이천칠년이던가,
앞지르려던 생각이었는지,
쾌적한 속도로 걷고있던 길에서
비탈진 갓길로 흙탕을 퍽퍽 튀기며
미끄러져나오다가 그만 떼구르르르르-
풍덩쿵.
알고보니 지름길은 고사하고
한참을, 돌아가는 미궁이었음을-
알겠네.
世俗은 오늘 지금 이순간에도
무자비한 속도로 도망치는데
그것에 뒤쳐지면 뒤쳐질수록
야속하다는 생각이 아니라
드디어 따돌렸다는 듯한
오묘한 쾌감이 느껴지는건 무어냐.
옷을 툭툭 털어 매무새를 가다듬고
이제 좀 달려볼까- 할법도 한데
드러눕고만 싶은 기분이 드는건 무어냐.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책을 읽다가
허리가 쑤시면 이렇게, 엎드려있다가
졸음이 오면 일어나 이렇게, 설겆이를 하고
싱크대에 남은 마지막 물기를 이렇게, 훔쳐내고
아! 하는 기합과 함께 찬바닥에 드러누워 요렇게.
하교를 알리는 중학교 벨소리랑
진심으로 울어대는 메미소리랑 들으며
저녁엔 무얼 먹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어젯밤 한강에 비치던 달빛을 찍으러 갈까 생각도 하고
읽다만 이정우씨 개념뿌리들을 더 읽을까 생각도 하고
아아 이런 생활이라면 세상 모르고도 살 수 있을것 같다.
오오 세상에 모든 시계가 멈추어버린다 해도 좋을것 같다.
아아, 일단은
어머니가 오신다고 하니,
더러운 재털이를 소각하고
곰팡이 슬은 돗자리는 깨끗이
양말과 팬티는 개어두고
새 밥을 지어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