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 제일

모두가 외롭지만 아무도 내색하지 않았다. 모두가 웃으니까 아무도 울지 못했다. 지하철엔 사람들이 읽다 만 신문이 있었고 지하철엔 신문이 읽다 만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화가는 '나는 내 작품이 너무 좋아요' 라고 말했다. 어느 사상가는 '나는 원래 나인 것을 먹는다' 라고 말했다. 한번은 웃었고 한번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연은 아름답다고 혼자 고백했을때 자연이 무엇인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자연에게도 아름다움에게도 나는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길에 놓인 돌멩이를 발끝으로 찼을때 돌멩이는 왠일인지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았다. 돌멩이에게 나는 그냥 또 다른 돌멩이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지렁이가 아스팔트 위를 기어가고 있을때엔 얼마나 불안할까를 생각했다. 왼쪽으로 구부리고 오른쪽으로 구부리고 매 순간 모든 행동들이 지렁이에게서처럼 나에게도 실존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렁이는 너무 위험해서 안전에 처할 수가 없었다. 나는 너무 안전해서 위험에 처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