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다짐

나는, 하나의 광원에서 쏟아져나와 지구상 모든 곳에서 뭉게뭉게 떠 있다가, 거대한 입김들이 셀로판지에 새겨놓은 지도를 따라, 다시 흩어져 이완되어, 우주의 나이만큼 오래된 안전한 리듬을 타고 다시 응어리 져, 뭉쳐 져, 잠시, 여기, 지금,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 듯, 그래도 나인것처럼 그렇게 있었는데, 이제는 잘 보이게 싹둑 잘라놔도, 각기 다른 색의 옷가지를 걸쳐놔도, 값비싼 물건들과 친구를 해도, 이름을 만들어 부르며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어도, 딱딱하게, 무겁게, 다정하게, 대단하게, 매일매일, 순간순간, 기억하고, 감추고, 가두고, 묶어두어도, 자꾸만 먼지처럼 흩어지고, 증발하고, 도망쳐버리고 말아서, 이제는 그냥 얼음을 입에 넣고 또각또각 잘근잘근 씹어 혀로 돌돌 쩝쩝 굴려 녹여 호오 하고 입김을 만들어 그것들을 자유롭게 풀어줄 때 처럼, 불편함을 무릅쓰고 조각조각 슥삭슥삭, 문질러 비벼 가루로 만든다음 훅 하고 불어버릴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