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잘 키우고 싶다
기지개를 뻗을 때 처럼 찌릿하게
멈추어 자라는 것들과 유대를 나누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함께 부스럭 거리고 싶다
거미가 내려앉아도 놀라지 않을만큼 정지하고 싶다
햇볕이 닿으면 깜짝 놀라고 비가오면 젖어버려 짙은 색을 내고 싶다
정지해있는 것들은 아름답다
점점 움직이고 천천히 흔들리는 것들은 아름답다
정지해있는 줄 알았는데 점점 자라나는 것들은 아름답다
자라나는 것을 자라게 해주는 숨소리는 아름답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만큼 작아지거나 거대해지고 싶다
그 형체를 볼 수 있을만큼 작아지거나 거대해지고 싶다
그 움직임을 눈치챌 수 있을만큼 작아지거나 거대해지고 싶다
무성하게 나무로 가득찬 숲에서 귀머거리가 된 것처럼 눈을 감고싶다
겨울 새벽 차없는 차가운 빈 도로에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고싶다
너의 몸 너의 무릎 너의 팔꿈치 그리고 너의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 사이에
크고 작게 그림처럼 둥글게 맺힌 반쪽짜리 곡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싶다
백미터 출발선에 서서 출발 신호와 함께 퇴장하고 싶고
내리막길을 혼자서 내려가는 축구공을 걱정없이 바라보고싶다
새벽이 다 끝나갈 무렵 블라인드를 내리고 잠들고 싶다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들과 살고싶다
나와 관계가 있는 별들에서 살고싶다
그 별에서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나와 관계가 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 사람들에게 내가 살고 있던 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 별에서 나와 관계가 없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싶다
그렇게 아름다운 별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바라볼 수 있을 때엔
마치 내가 없었던 것처럼 있고싶다
무엇을 보려고 했는지 잊어버릴 만큼
그 자리를 지키며 서 있고 싶다
마치 원래 그렇게 있었던 나무처럼
소외되고 잊혀진채 무한하게 바라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