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럽지않은, 교양있는, 안정적인, 쿨- 한, 있어보이는 삶을. 마치 원래 가지고 있었던것마냥 살려고 하면 할수록- 그런것들을 추구하면 할수록- 어째 점점 불행해지는 느낌이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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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격의, 일생일대의 무언가를 만들려고만 하지않는다면 작업들이 한결 좋아질 것. 무엇과도 승부를 볼 필요는 없다ㅡ. 고 한번 또 마음을 먹어본다. 중얼중얼 깊어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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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로의 얽메임은 또 다른 주체의 시작이며 또 다른 차원의 현재. 죽음, 고통, 미래 따위를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그래서 향유나 노동을 통한 망각조차 불필요한- 천상의 빛과 영원의 세계로의 구원... 네, 이제 그만 잘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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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있는듯 없는듯 가까이에 있고 싶을뿐 특별하게 하고싶은 말. 같은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감상하는 것으로 족하고 애써 갖고 싶지는 않은것과 같은 이치. 어설프게 마시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면. 이라니.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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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거대한 존재를 가정해놓고서, 트위터는 그 거대존재의 사유이고 구글은 기억이며 페이스북은 그것들을 연결시켜주는 신경망 같은거라 생각한다면, 그 존재는 스스로를 어떻게 자각하게될까? 또 그 존재의 일부인 나는 그 존재를 파악할 수 있을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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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평면을 아무 이유없이 채우기로, 혹은 남겨두기로 결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일이 아니다. 아무것도 없음 그 자체에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한다는 강박. 혹은 '없음', '없음이 있음'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가보다. 하는 생각이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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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빨래들을 빨아널고 방청소, 화장실 청소- 더운물로 샤워하고 어머니가 싸주신 신김치랑 라면으로 점심식사. 이 평범한 일요일이 정녕 내것이 맞나, 가져도 되나 싶을만큼 좋을줄이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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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청년 원희와 고갈비를 뜯어 먹으며 얼어죽을 진정성 타령을 한바탕 늘어놓고는 끄덕끄덕 고분고분 그래도 진정성이 짱이다 서로 치켜세우며 흐뭇한 표정으로 귀가. 달은 여전히 무심했고ㅡ 그냥 그렇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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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사진들을 정리하고보니. 요사이 사람을 꽤 많이 만났구나 싶기도 하면서, 그자리에서 했던 말들이 하나 둘 생각나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왠지 점점 창피한 일들만 늘어가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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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애와 자학을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경험하다보면, 아웅다웅 하고있는 그 한심한 두 자아를 관전하며 혀를 끌끌 차고있는 또 다른 내가 보인다. 그 관객의 입장에 익숙해지다보면 내 의욕도 내것이 아니고 내 절망도 내것이 아닌게 되어버린다. 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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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아동을 위한 집중력 향상 색칠공부 교제들처럼, 그림 안에 아무 생각없이 기계적으로 칠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두는 것은 산만한 나 자신을 위해 배려해 둔 공간들인데, 색칠하기에 몰두하게 될수록 생각이 많아지기만 한다. 정신을 끌 수 있으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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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준비에 여념이 없으신 옆방의 작가님과 가로등 밑에서 오붓하게 담배를 피우며 인사를 나누는 자리, 자꾸만 건네받은 질문과는 상관없는 얘기들을 늘어놓고있는 내모습. 말하기 듣기에 장애가 있거나 외롭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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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면서 부끄러운 줄 몰라도 되는 것과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것을 잘 판단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스스로에게 뻔뻔해지고있는 것인지 당당해지고있는 것인지 그 차이를 분명하게 잘 알고있어야한다ㅡ. 는 생각이 문득 또. 아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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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옳은지 그른지 의심이 지나쳐 매사에 진행이 너무 더디다 싶으면, 옳고 그름을 정의하는 기준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 타자들에 있지 않나 의심해봐야한다. 미천하더라도 스스로 판단하는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알아야 시작할 수있다. 나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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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쉬하고 시크하고 나이스하고 쿨한 동시대의 멋쟁이 도시의 처녀총각들은 그 이면의 부끄럽고 덜떨어지고 구차하고 감상적이며 찌질한 마음들을 죄다 어디에다 숨겨두고 털어내고 소각하는 것일까ㅡ 하고 보니 아침. 오늘도 건강검진 받으러가긴 글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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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십삼일, 급여님께서 친히 내 국민계좌로 들어오셨으나 하루도 머물지 아니하시고 나가버리셨다는 후문이다. 이제 겨우 닷새가 지났을 뿐인데, 나는 아직도 그분이 다녀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 하염없이 빈 계좌만 바라보고 있... 이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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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전시 큐레이터 선생님과 미팅. 결국, 그리고싶은 대로 그리면 되고 하고싶은대로 하면 되는거였다. 그러고보니 하늘도 저 하고싶은대로 춥다가 더웠다가 마음대로구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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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움츠러들거나 또 활짝 열리거나 할때마가 주변 세계도 함께 쭈그러들었다가 다시 말끔하게 펼쳐지는게 확연히 느껴진다. 그게 겁이난다. 변덕스러운 마음탓에 세계가 구겨지지는 일 없도록 마음을 잘 가다듬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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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있을때에는 혼자서 뭔가 대단한 미션을 비밀리에 수행하고있는 듯 비장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다음날 햇볕아래 사람들과 부데끼며 일하고 걷다보면 간밤의 다짐과 생각들이 너무나 무용하게만 느껴진다. 대체 뭘 위해? 라는질문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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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낡게 만든 낡지 않은 새것들. 일부러 어리숙하게 만든 어리숙하지 않은 똑똑한 것들. 그런 것들이 너무 많아서 불만이었는데, 누구도 뭐라하지 않으니 다들 알고도 모른척 그런가보다 싶다. 모든 것이 허용되는 시대를 살고있는 기분. 새삼. 스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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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눈꺼풀을 닫아 금새 빛을 차단할 수 있게 고안되어있는데, 왜 귀는 쉬이 닫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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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를 그만두고 이불 돌돌말아 머리만 쏙 내놓고 밝아오는 창밖을 관찰하며 잠시 누워있기로. 밤이 짧아 서운하다. 매미가 처음으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