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하여금 지성이나 이성을 앞세워 대처할 수 없도록 하고, 오히려 나에게서 기묘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면서 그와 동시에 그 나의 욕망을 함부로 추구할 수 없도록 합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덫에 걸린 것 같이 내가 가까스로 존재를 위험하게 유지하고 있는 상태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러한 기묘한 체험을 ‘아브젝시옹’이라고 말합니다.
하여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확실히 아브젝시옹의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아브젝시옹’이라는 개념을 얻었다고해서, 그 개념으로 지금의 나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해서, 처해진 상황이 개선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자,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슬픔’이라는거요.’라고 해서 그 ‘슬픔’이라는 개념이 위로가 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왠지 멋있어 보이는 정신분석학적 용어들은 확실히 무엇에든 피해자가 되고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구실이, 위로가 되는 것 같긴 하다. 그런 취지에서 말하자면, 나는 쌩볼릭한 세상으로부터 급작스레 빠져나와, 변증법적으로 조응할 무언가를 찾지 못해 게네시스 속에서도 세미오틱한 코라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