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전방

대화를 시작하면 그는 으레 고개를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그의 오른쪽 전방을 바라본다. 그것은 대화 상대가 앞에 있을 때나 옆에 있을 때나 마찬가지인데, 그가 단지 부끄러움 탓에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치 못한다거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동작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화를 시작할 때 약 십오도 위쪽을 향하던 시선은 설명하고자 하는 개념의 추상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각도도 점점 높아지는데, 존재나 아름다움 처럼 추상적 개념으로 추상적 개념을 설명해야하는 주제에 이르면 마치 자신의 뇌를 보기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처럼 그의 눈은 거의 흰자로 뒤덮여버린다. 대화가 그럭저럭 잘 이어질 때에는 그렇게 눈알을 굴리는 것에서 그치지만, 이야기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잘 이어지지 않을 때 그는 오른손을 들어 공중에 매달린 무언가를 잡아 채는 동작을 하기도 한다. 마치 손으로 동그란 구멍을 만들려는 듯 다섯 손가락을 가지런하게 모아, 역시 오른 쪽 위에 두고 상하로 흔들어댄다. 그의 이런 우편향적인 대화 습관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의 몸은 오른쪽을 향해 움츠러들어있는 상태로 굽어져있다. 마치 말을 하기 위해 읽어야 할 문장이 그의 우뇌 어디쯤에 미리 적혀있기라도 한 것 처럼 눈을 치켜뜨는 그의 행동은 그 앞에 앉아있는 상대를 그의 말에 집중하게 하기보다는 자신의 등 뒤 어딘가를 놀란듯 돌아보게되거나 머리위 천장에 시선을 끌 만한 무엇이 있는지를 자꾸만 찾아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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