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서리
위를 걷는다
평평한 두 면이
모여 이루는 모서리
나는 그 위를 따라 걷는다
모서리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삐끗하면 어느 한 세계로든 미끄러진다
한편으로 기울어진 세계에 선 자들이
모서리를 따라 걷는 나를 비웃는다
기울어진 것은 자신들이 아니라
모서리에 선, 나라 비웃는다
평평한 세계에서 평평한
지평을 보며 가라 한다
모서리는 선이어서
면이 결코 될 수
없다 말한다
이번엔
수직으로
측면에 매달린
사람이 성내며 묻는다
이쪽인지 저쪽인지 밝히라며
절벽에 아슬하게 매달려 있으면서
정작 똑바로 서 있는 건 자신이라 한다
두 세계가 맞닿은 모서리를 따라
여전히 나는 기우뚱거리며
좌-우를 살피며 걷는다
내겐 두 세계 모두가
아래로 추락하는
측면일 뿐
끝일 뿐
나는
모서리
위를 걷는다
모서리 끝에는
또 다른 면이 있고
또 다른 모서리가 있고
또 다른 절벽이 있고
무엇이든 상관없다
미끄러질지라도
계속 걷는다
뒤뚱뒤뚱
걷는다
모난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