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고통은, 현재에 머물지 않음으로부터 온다. 그런 면에서 기대나 희망도 일종의 고통이다. 기대는 너무 쉽게 강렬한 욕망으로 변해버리고, 희망은 지금의 행복을 가려버리고 그것을 미래로 유예시킨다. 현재에 머문다는 것은, 백치가 된다는 것. 과거에 얽메이지도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 그래서앉아있거나 움직일 때에, 밥을 먹거나 똥을 쌀 때에도 기쁜 것이다. 바보가 되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과거나 미래를 잊고 지금 당신이 머문 그 자리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라고 말하면, 마치 천진한 어린이를 바라볼 때 처럼 미소짓고 아- 그렇구나 생각할 수 있겠으나, 그것을 실천하기에는, 그것을 훈련하기에는 너무 타락한 것 아닐까. 내가 걸으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스스로 주입할 수 있겠으나, 그 행복은 금방 휘발하고 말 것이다. 불가의 가르침은 마치, 성인의 몸과 마음에, 어린아이의 탈을 쓰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덩치 큰 아기탈을 쓴 어른. 그런 것 아닐까. 하고 냉소적인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