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는 시리고 시큼한 맛이 있다. 다른 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따뜻한 전구 빛의 보리차 같은 고소함 미소 짓게 하는 달콤함. 그런 것을 보면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무언가가 스치듯 지나간다. 그것이 나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온도인 것처럼, 건전지 플러스 극에 혓바닥을 갖다 댔을 때 느껴지는 찌릿함을 그리고 싶어진다. 사람들에게 온기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차고 시린 맛도 필요한 것 아닐까. 행복은 달콤한 실제여야만 하고, 슬픔은 외로운 작품을 통해 느끼는 그런 것. 영원히 누구도 나를 찾지 않게 되면 어쩌지. 잊혀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그것이 실제적으로 다가올 때 느껴지는 두려움은. 아니,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알 수 없는 기분. 수월관음도를 그리던 화공들도, 가을 밤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작업하다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내가 만든 이미지 속에 갇혔다. 그것을 자유라 말하며, 누구도 나를 방해해서는 안된다 경고했으면서, 정작 홀로 있을 때 외로움을 불평한다. 행복을 걷어차고. 나왔으니 불평하지 말아라. 네가 얻은 고요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거기 있도록 하자. 세상 사람들을 엿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