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있는 풀

글을 써보자, 그림을 그려보자. 가장 덤덤한 그때를 골라서. 아주 기쁘거나 아주 슬프지 않은 그런 기분에 쓰고 그리자. 그렇지 않으면, 특별한 기분에, 짓눌린 채,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거나, 관심을 끌고 싶어 거짓말을 하고 말 것을 잘 안다. 아무 기분도 아닌, 무덤덤한 마음 안에서 아름다운 것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지만, 왜 그 무덤덤함이 표현되어야만 할까. 사람들은 그 꽃 같은, 물 같은, 덤덤한 자연 같은 작품을 위해 돈을 지불한다. 자신에게 말 걸어오지 않고 덤덤하게 피어있는 풀. 길을 걷다 괜히 손을 뻗어 풀 한 꽃 꺾어 기어코 손에 쥐고자 하는 욕심 같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