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感

의 한자풀이는 ‘심령의 미묘한 작용에 의한 느낌'이라고 한다. 시쳇말로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말 만큼이나 의미가 모호하다. 영감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다보면, 사람들은 이 '영감'님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계시와 같은 무엇인가-로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생각에 영감이라는 것은, 손에 잡힐 듯 나타나는 개별적인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라기보다는, 무엇인가 쓰고싶고 그리고싶게 만드는 어떤 근질근질한 기분이나 상태에 가깝다. 하늘이나 땅과 같이 안정적인 지대가 아닌, 공중의 뜨뜻미지근한 어딘가에 둥둥 떠있는 그런 이상한 느낌이다. 대기중의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가 한데 뒤섞여 불안정한 구름층이 만들어내는 것처럼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한 장에 들어서는 기분이다. 그러한 기분, 상태라는 것은 불면의 상태에서 잠을 청하려 하면 더욱 잠을 잘 수 없는 것처럼, 일부러 도달하려 하면 더 멀어질 뿐이다. 마치 자석의 같은 극을 마주보게하고 그 둘을 붙이려 할 때처럼 다가가려는 노력 자체가 다가감을 방해할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무구한 순간, 샤워를 하거나, 똥을 싸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거나 하는 무욕의 순간들에 더 자주 그런 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한 순간에 보이는 이미지라는 것은 모서리가 분명한 어떤 완성된 형태들이라기 보다는 꿈에서 보이는 것 처럼 생성되는 과정으로서의 모호한 이미지들이다. 그것을 붙잡으려 하면 곧바로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허망하게 사라져버린다. 창작 활동이라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그 허한 공간에 최대한 오래 들어앉아 있으려는 부단한 노력과도 같다. 보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관찰을 방해하는 환영들을 계속해서 포착해 내려는 부질없는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