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노인은 저마다 산처럼 거대한 정신을 이고 다닌다. 그들이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노인의 마음속에는 바다가 있다. 흐르고 부딪쳐 깎고 쌓는 일은 이미 다 지나온 뒤. 그들이 말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노인에게 드물게 내리는 감정. 그저 깊게 팬 마음의 계곡을 따라 졸졸 흐르다 차가운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노인이 잘 웃거나 울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사내는 노인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앞에 한 노인이 울고 있다. 노인은 쭈글쭈글한 손등으로 눈을 비빈다. 축 처진 눈꺼풀 아래가 젖어 있다. 사내의 손을 잡고 어둡고 차가운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조금 전까지 큰소리치던 사내는 노인의 눈물을 처음 본다. 사내는 노인의 눈이 그토록 작아졌는지 처음 안다. 노인의 손이 그토록 거칠었는지 처음 안다. 노인의 눈물이 그렇게 뜨거운지 처음 안다.

사내는 노인을 다시 이렇게 생각한다.

노인의 거대한 산은 무너지기도 한다. 노인의 바다는 다시 꺼진 바닥 아래로 쏟아져 폭포를 이루기도 한다. 노인의 계곡은 다시 흙으로 메워지기도 한다. 적은 비에도 금세 우르르 무너져내리기도 한다.

사내는 노인을 항상 생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