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은… 사랑은 취하는 거랑 비슷해. 너무 뻔한 얘기인가… 취하면 취할수록 더 깊이… 깊은 독에 빠지는 거지. 그러니 너도 조심해! 아무랑 막 뽀뽀하고 다니면 큰일 난다! 아무튼 일단 그 사랑 독에 빠지게 되면 거기서 그냥 헤엄쳐서 밖으로 빠져나올 수는 없는 거야. 둘 중 하나야. 지금 우리처럼 계속 취해 있거나.. 아니 우리 둘이 사랑에 빠져있다는 얘긴 아니고! 큭. 그게 아니면 그 술독을 팍! 하고 깨고 나오는 수밖에. 자아, 부수자아아!”
짠!
팍.
추룹.
크으으으!
“아무튼 계속 취해있다는 건, 그래 지금이랑 비슷해. 취한 상태에서는 깨어 있을 때의 네가 너에게 손을 쓸 수가 없지. 네가 취해 있다는 자각을 스스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애초에 우리처럼 진정한 로맨티트라면 취하면서 취할까 봐 걱정하지는 않지! 어이 야, 왜 잔이 아직 안비었냐.”
쨔안!
틱.
스르릅.
크으!
“취해 있다는 자각이 있을 리가 없지. 너는 지금 취했니? 손 이렇게 이렇게 해봐. 기분이 이상하지 않냐? 그런데 사랑에 취해 있다가 갑자기 깨어날 때가 있어. 특히 우리같이 작업하는 사람들! 정신이 번쩍 드는 거야! 꿈속에서 꿈인 것을 깨달았을 때처럼, 갑자기 몸서리치게 두려워지는 그런 거랑 비슷한 거. 알지? 가위눌린다고 하잖아. 아니면 물속에서 갑자기 바닥에 땅이 닿지 않을 때,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때 느껴지는 공포. 그런 거랑 비슷한 두려움이 생길 때가 있어. 그런 마음이 들어도 계속! 계에—속! 그 안에 빠져 있어야.. 취해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사랑 밖에서 널 기다리고 있던 너 자신이 너를 흔들어 깨워도 무시해야 되는 거야!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라는 시 구절도 있잖아. 누가 한 말이더라… 말라르메던가 보들레르던가 아무튼, 그런 거야. 취함을 멈춰선 안 돼. 만취! 만취! 자, 한잔하실까요?”
짠.
쨍.
쯔읍.
캬!
“응? 사랑 밖에 있는 나가 누구냐고? 나가 누구냐면 글쎄, 원래의 나라고 하면 마치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나로 오해할 수 있으니 바꾸는 게 좋겠군. 뭐가 좋을까. 내가 만든 나라고 해야 할까. 그래 어쨌든 그래서 상대적으로 나라는 게 없는 사람들이 쉽게 사랑에 취할 수 있지. 나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부터가 애초에 워낙 어려운 일인 데다가, 내가 나와 함께한다는 건 생각보다 두려운 일이거든. 아무튼,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에잇, 뭐 한잔해!”
짠.
툭.
쪽.
크읔!
“그래 독!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다른 하나의 방법은 그 사랑이라는 술독을 깨부수는 건데 그 독이라는 게… 사랑하는 상대와 함께 처음부터 빚어 만든.. 신성한 독이랄까. 아무튼 너—허무도 소중한 무엇이기에 그것을 깨어버린다는 건 정말 큰마음 먹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야. 둘 사이의 신성에 대한 모독인 거지. 아마 그걸 깨부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정도라면, 그 신성함 따위는 이제 중요한 게 아닌 상태겠지만 말이야… 두 사람 사이의 생물학적 사랑의 결실이 아기라고 하면, 정신적으로 잉태하는 건 그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인지도 몰라… 사랑을 부순다는건 그래서 제 자식을 죽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응? 뭐라고?…”
“그래서 선배는 그렇게 계속 취해 있을 건가요? 아니면 부수고 나가실 건가요?”
“아아… 으음… 뭐어… 마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