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저 별 좀 봐.”
“어디?”
“저기 저 북쪽 하늘. 큰곰자리 꼬리 부근에 저 밝은 별 말이야. 목동자리에 속한 저 별을 대각성이라고 해. 청룡의 거대한 뿔.”
“오……”
“신기하지 않니? 저 별에서 수십 광년 전에 출발한 빛이 지금 너의 눈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연이 필요했을까. 내가 별을 가리키지 않았다면 너는 저 별을 평생 보지 못했을지도 몰라. 혹은 봄철의 심술궂은 날씨 탓에, 구름에 가려졌을 저 별을 내가 너에게 보여줄 생각도 못 했다면? 우주를 가로질러 너의 눈에 들기만을 고대했던 저 별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수십 광년 만에 한 번 찾아올 기회를 놓친 셈이지! 그래, 네가 지금 가리키고 있는 붉게 빛나고 있는 그 별 맞아. 아크투루스*라고도 해.”
“아아……”
“그렇게 심드렁하게 볼 일이 아니야. 중대한 사건이라고. 이건 마치 네가 어젯밤 내뱉은 한숨이 대기 중으로 날아올라 밤사이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에 휩쓸려 동쪽의 높은 산맥을 넘고, 다시 바다 내음 가득한 동풍을 타고 돌아와 아침에 일어난 너의 첫 숨에 다시 온전히 들이켜 질 가능성보다 더 적을지도 몰라.”
“오오……”
“아니면 네가 작년에 옥상에 올라갔다가 난간에서 묻은 먼지를 무심코 털어냈는데, 그 먼지 한 톨이 오래된 화분 위에 앉아 있다가 한 해 동안 궂은 날씨를 다 견뎌내고, 이듬해 너희 집 화분에 우연히 싹을 틔운 참나무 한줄기를 바라보던 네가 큰마음을 먹고 분갈이를 해주려 옥상 한 귀퉁이 화분을 집어 들었을때 하필이면 그 먼지가 앉아있던! 너의 소매 위로 뛰어올라 다시금 들러붙는 사건보다 더 대단한 일인지도 몰라!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다니. 그럼 우리가 만날 수 있기까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봐. 나는 네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다른 도시에서 태어났지.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성미를 가지고 이 도시 저 도시를 전전하며 살아온 내가, 무슨 마음에서인지 정착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그해, 하필이면 그 도시에 네가 방문한 날, 하필이면 너는 내 작업실을 방문하고 싶어 했고, 하필이면 낯선 이의 방문을 꺼리지 않았던 그 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우연 말이야. 거기에 내가 열 살이 다 되도록 너는 이 세상에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을테니, 네가 태어나기까지 너희 부모님이 서로 만나게 되기까지의 우연에다가 너희 부모님의 부모님,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이 만나게 된 인연까지 합한다면……”
“합한다면?”
“그래, 저 별빛이 네 눈에 이르기까지의 우연은…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