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신은 우리를 절대 이해하지 못해요!” 그녀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그녀의 등 뒤에 달린 커다란 날개가 퍼덕거리는 바람에 사무실 선반 위에 올려져 있던 것들이 와르르 떨어졌다. 그녀 자신도 놀랐는지 시장의 눈치를 보며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줍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그대로 두세요.” 시장은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날개는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익인翼人 여러분들께서 요구하시는 내용에 대해서는 저희도 충분히 검토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익인 여러분들을 위해 드론 항공 구역을 변경한다거나 익인 전용 비행구역을 설정해달라는 요구는…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이 도시의 대다수 시민은 날개가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익인 여러분 역시 일반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계시고요. 익인 여러분들이 자유롭게 비행하실 수 있는 안전한 지역에 집단 이주시설을 마련해드리는 것으로 이번엔 타협을 보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시장의 말에 그녀의 날개가 다시 한 번 들썩이기 시작한다.
“저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참고 살아왔는지 아십니까? 날개가 달렸다는 이유만으로 저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 온 정신적 스트레스는 또 어찌하고요? 깃털이 다 빠질 정도랍니다. 물론, 시장님은 그 고통을 모르시겠죠. ‘자유비행구역’ 설정은 저희가 애초에 요구했던 가장 핵심적인 사안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시장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봐 주시겠다고 하셨고요. 그런데 인제 와서, 날개 달린 저희더러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말씀입니까? 저희가 정말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하시나 보죠? 저희는 그저 자유롭게 날고 싶은 것뿐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하늘에 새까맣게 날아다니는 드론들 때문에 사고로 죽는 저희 나래인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저희가 가진 날개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날개를 펼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뿐입니다. 하긴 예전엔 날개를 펼치는 것조차 불법이었다지요. 대다수 시민은 날개가 없다고요? 우리는 시민 아닙니까? 소수자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시정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시장님의 일 아닌가요?”
시장은 고개를 숙이고 차분히 그녀의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녀의 날개가 또다시 펼쳐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말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실제로 익인 여러분들은 그 비행 능력 덕분에 더 많은 배송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드론 배송업체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위원장님은 지금 자유롭게 비행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드론 배송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특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순전히 자유롭게 비행할 권리에 대한 요구가 아니란 말씀입니다. 날개 제거수술을 받는 익인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위원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대다수의 익인들은 말입니다….”
“익인이라뇨! ‘익인’이라는 차별적인 용어를 아직도 쓰십니까? 우리도 사람입니다. 시장님과 같은 사람이라고요! 마치 새로운 종을 대하듯 자꾸 익인이라는 용어를 시장님부터 쓰고 계시니,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그녀는 잔뜩 웅크리고 양손으로 감싸듯 자신의 날개를 쓰다듬는다.
“저도 압니다. 나래민으로 순화하기로 한 것을… 아시겠지만 새로운 용어는 정착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나래민이라는 순화용어를 홍보하기 위해 들인 비용은 또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그녀가 낙담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시장은 협상이 거의 끝나간다는 것을 직감했다.
“알겠어요. 그 정도만 하세요. 계속 변명만 늘어놓으시는군요. 아마도 시장님 등에 날개가 생기기 전에는, 절대로 저희를 이해하지 못하겠지요… 이 도시에서 날개를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거의 노예로 낙인찍히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사람들은 우리를 사람이 아닌 운송수단으로 취급하죠. 처음 보는 동물 대하듯 우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경멸적인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나래민들이 왜 날개 제거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아십니까? 더는 날고 싶지 않아서라고요? 아니에요! 그 차별을 견디다 못해 날개를 잘라내는 것이지요! 우리는 날고 싶어요! 자유롭게! 창밖의 새들처럼 말이죠!”
나래민 대표로 나온 여자는 협상에서 더는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시장실 창문을 열고 날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창문 밖에는 협상 결과를 기다리는 수많은 나래민 대표와, 나래민을 추방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렇다면… 날아가면 되지 않습니까?” 시장이 창문틀에 선 여자의 등에 대고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어조로 말했다.
“언제든 날아갈 수 있지 않습니까? 지금처럼요. 날 수 있는 사람들이 날지 못하는 사람들 곁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당신들을 차별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들이 부러울 뿐이지요. 운송수단으로 취급하다니요. 그건 당신들이 그 일을 원해서 한 것 아닙니까? 애초에 당신들은 그 일이 필요 없지 않습니까? 도시도, 국가도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당신들이 이 좁은 새장 같은 도시에 살며, 권리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날개를 펼치지 못하게 한다고 믿는 것은 당신들이 창조해낸 억압 아닙니까?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닙니까? 당신들은 새처럼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새들처럼 자유로운 마음은 가지고 있지 못한 것 아닙니까?”
시장은 자신의 지위를 떠나, 날개가 없는 한 인간으로서 나직이 따져 물었다. 나래민 대표로 시장실을 방문했던 여자는 창틀에 걸터앉아 가만 그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 넓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대로 추락하는가 싶더니 그녀의 키만큼 넓은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시청 앞 광장에 모여있던 수백 명의 익인들이 한꺼번에 날개를 펼치고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