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만큼 할 수 없는 얘기도 많고, 우주에서든, 화곡3동에서든 '세상이 엉터리로 굴러가고 있다' 라고 술잔을 엎지르며 이야기 하고 싶지. 근데, 너는 왜이렇게 많고, 너는 왜이렇게 어렵고, 너는 왜이렇게 구식이기만 한지- 금방 또 너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고 얼굴도 보기 싫어지는거야. 상업성도, 예술성도 떨어지는 '너'라는 영화는 완전히 실패작이다. 우리는 경제학도들게 확실히 포위당해 있고, 거의 위기에 가깝지만, 아무도 도망칠 생각은 안하지- 온갖 방법론과 레시피와 테라피가 가득한 세상이니까. 가짜들의 옷을 가장 폭력적인 태도로 찢어버리고서는 아무 관심없다는 듯 돌아서고 싶다. 하지만 나도 가짜니까. 조용히- 가만히- 얌전히- 스스로를 폭로하자. 그것 뿐이야. 한심한 너. 게으른 나. 엉터리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지. 데이빗 보위의 모든 디스코그라피를 단번에 구해서, 단숨에 들어볼 수 있는 세상이니까.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다음 작품의 음악은 톰요크가 담당하기로 했다는 소식조차도 버퍼링 없이 알 수 있는 세상이니까. 감사해. 고맙다- 불평할수조차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