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까지 작업실에 자주 나타나던 녀석이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책상 구석 어딘가에서 기어나왔다. 동면에서 깨어난 것처럼 벙벙해 하더니만 도망쳐 날아갈 기색도 없이 제 몸 닦기에만 열중한다. 고양이들이 더러워진 제 몸과 털을 정성껏 다듬는 것은 종종 보았지만, 벌레가 이토록 세심하게 몸 마디마디를 움직여 매무새를 가다듬는지는 미처 몰랐다. 실처럼 가는 다리로, 실보다 더 가는 근육들을 움직여 미묘하고 정교하게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넋놓고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