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싶은 마음

저녁 일곱 시, 합정에서 파주로 가는 고속버스. 두껍게 옷을 껴입은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에 차창에 김이 잔뜩 서려있다. 가지런히 묶어놓은 커튼 매듭이 차가 흔들릴 때마다 유리창을 톡톡 건드려 알 수 없는 무늬를 만든다. 사람들은 의자 깊숙이 처박힌 채 말 없이 앉아있다. 도로 가의 가로등과 신호등을 지날 때마다 주황색 초록색 빨간색 불빛이 입구로부터 출구쪽으로 보란듯이 스윽 스윽 자취를 남기고 지나갈 뿐이다. 여기 오십여명의 승객들은 모두 ‘집에 가고싶어'한다. 모두가 한 마음인지라 말이 필요 없다. 거대한 ‘집에 가고싶음'이 버스를 집어삼킨 것이다. 자유로를 빠져나와 교하를 지나며 승객들이 하나 둘 내릴 때 마다 '집에 가고싶음'은 조금씩 가벼워지고 종점에 도착하면 마지막으로 '집에 가고싶음'이 내릴 것이다. 하지만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은 그저 바깥을 떠돌아 다닐 뿐. 집에 가고싶은 마음은 그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절대로 집을 가지지 않는다.